익명성 뒤에 숨어 표적 마녀사냥… 놀이처럼 즐겨

익명성 뒤에 숨어 ‘표적 마녀사냥’… 놀이처럼 즐겨’나가수’ 옥주현 사태를 계기로 본 네티즌 ‘비호감 연예인 공격'”예쁘지도 않은 게” “성격 너무 세다” 갖가지 이유로 ‘낙인’ 찍어… 한번 찍으면 집요한 악플·인신공격”짧은 시간에 한쪽으로 확 쏠리는 우리 사회 집단주의 성향도 원인, 단순 해프닝 수준 넘어… 처벌해야”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 새로 합류한 가수 옥주현에 대한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과 루머가 도를 넘는 수준까지 번지고 있다. 옥씨가 ‘나가수’ 1차 경연에서 1등을 하자 ‘옥주현 닷컴’이 만들어졌고, “양심이 있으면 당장 하차하라” “당신이 낄 자리가 아니다”라는 등의 악성 글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옥씨와 PD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등장했다. 옥씨는 이런 공격들을 견디다 못해 라디오 생방송 도중 울음까지 터뜨렸다.전문가들은 “옥씨가 성형, 선배들과의 관계 등을 놓고 나온 뒷말 때문에 비호감 연예인으로 낙인찍힌 데서 비롯된 사태”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비호감 연예인(호감 가지 않는 연예인)에 대한 공격이 이제는 단순한 ‘악플 놀이’를 넘어 특정인에 대한 일종의 ‘집단 이지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비호감 연예인’은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밑바닥에 깔린 사회적 심리는 무엇일까.◆”결혼을 잘해도 공부를 잘해도 비호감”‘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연예인들이 비호감으로 ‘찍히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대표적 비호감 캐릭터로 꼽히는 얼짱 출신 탤런트 A씨는 ‘크게 예쁘지도 않은 게 톱스타인 척을 한다’는 이유로 비호감으로 낙인찍혔다. 여자 방송인 B씨는 ‘지나치게 강한 성격과 사생활 루머 때문에’, 여자 코미디언 C씨는 ‘사생활과 얽힌 처신 논란 때문에’ 비호감이 됐다. 남자 가수 D씨는 ‘아이돌이 무슨 로커가 되겠다고 나서냐’는 험한 소리를 들었다. 또 다른 남자 가수 E씨는 ‘방송 태도가 무성의하다’며 어느 순간 비호감 목록에 올랐다.비호감 연예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집단 이지메’는 신속하고 강렬하다. 해당 연예인이 등장하는 기사에 수백~수천개의 인신공격성 악플을 다는 건 기본이다. 가장 적나라한 악플을 인터넷과 SNS 등에 퍼 나르거나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해 ‘반감 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해당 연예인의 미니홈피를 무차별 방문해 다운시키거나 욕설이 담긴 악성 방명록을 남겨 망신을 주기도 한다.때론 헛소문도 퍼뜨린다. ‘못난이가 결혼하더니 갑자기 행복한 척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비호감이 된 F씨는 “남편이 여자 돈만 보고 결혼한 뒤 직장도 그만뒀다더라”는 등의 거짓 루머가 인터넷에 번져 홍역을 치렀다. F씨는 “이 루머 때문에 한때 남편과의 관계까지 소원했었다. 나중에는 나 자신도 의심이 들어 직접 남편 회사에 가 퇴사 여부를 확인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미 명문대를 나온 가수 타블로는 ‘너무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비호감으로 내몰렸다 ‘학력 위조 의혹 제기’라는 황당한 경우까지 당했다.◆’익명의 집단 권력 놀이’… 엄정 처벌해야전문가들은 “비호감 연예인에 대한 이지메는 ‘네티즌들의 권력 놀이’라는 특유의 심리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유명인에 대한 마녀사냥을 일종의 ‘권력 놀이’처럼 즐긴다”며 “현실에서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이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무기로 자신의 기호에 반하는 연예인들을 굴복시켜 권력의 쾌감을 누리려는 것”이라고 했다.집단과 대중의 힘을 맹신(盲信)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유명인보다 청중·관중의 힘이 더 큰 사회로 이동하면서 ‘옳다·그르다’보다 ‘좋다(호감)·싫다(비호감)’가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게 됐다”며 “짧은 시간에 한쪽으로 확 쏠리는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특정 연예인을 덮어놓고 싫어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사람을 ‘비호감’으로 낙인찍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정보까지 부인하고 보는 ‘낙인(烙印) 효과’도 ‘비호감 이지메’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거론된다.네티즌들은 ‘비호감’을 놀이로 즐길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작용은 엄청나다. 비호감으로 찍힌 한 연예인은 “심리적 좌절감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장기간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일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밥줄’인 방송 프로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이국적인 외모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한 여성 탤런트는 “외모와 사생활에 얽힌 악성 댓글 때문에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아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성형문제로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한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은 말그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연예인이라도 악성 댓글과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 보면 위축되게 되고 스스로 활동에 제약을 두게 된다”며 “이런 왜곡된 팬덤문화는 한국 연예계 발전에 악영향만 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