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오시장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 흘렸어요”

김흥국 “오시장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 흘렸어요””나쁜 투표 나쁜 정부? 청소년들이 뭘 배우겠어요? 정말 누가 나쁜지 묻고 싶어요?” 가수 김흥국, 투표 독려 ‘1인 시위’‥대체 왜?’호랑나비’ 김흥국이 돌아왔다.지난 2개월 간 두문불출,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김흥국.그는 어느새 예전의 원기를 모두 회복한 듯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 앞에 서 있었다.그런데 그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악보가 아닌 피켓을 양 손에 들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타난 ‘가수’ 김흥국은 최근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예사롭지 않은 그의 등장에 시민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흥국이 지난 6월 17일 MBC 사옥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여유로운 그의 표정과는 달리 피켓에 적힌 문구는 대단히 의미심장해 보였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다.구구절절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의 자란 머리칼 만큼이나 무성한 속사정이 가슴 한켠에 자리 잡고 있음이 느껴졌다.왜 그는 음악이 아닌 피켓을 뽑아들고 이순신 동상 앞에 나타났을까?순간 지난 6월 여의도동 MBC 사옥 앞에서 삭발식을 하던 그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당시 김흥국은 MBC 라디오 ‘2시 만세’에서 하차 통보를 받고 이에 대한 항의조로 삭발을 단행했었다(사진).”나는 억울하다” “더이상 정치적 외압에 의해 고통받는 대중예술인이 없길 바란다”며 울분을 토한 뒤 홀연 종적을 감췄던 김흥국.2개월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그는 자신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서울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제발 포기하지 말아 줄 것”을 호소하는 ‘투표 전도사’가 돼 있었다.”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나타난 김흥국은 “서울시민의 투표 독려를 위해 투표율이 33.3%에 못 미칠 경우 시장직을 내놓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며 “도저히 참고 있을 수가 없어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오세훈 시장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같이 울었어요. 저 분은 주민투표를 위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었구나. 그동안 방송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충격을 받게 된 겁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죠. 가슴 속에 끓어 오르는 뭔가가 있는데 내가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런데 가만히 있자니 도저히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서 안 되겠더라구요. 짧게라도 내가 얘기를 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고 혼자 나오게 된 겁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아, 이 피켓은 내가 좀 도와달라고 해서 해병대 후배가 만들어 준거예요.”지난 4.27 재보궐 선거 유세현장에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동행한 사실이 뒤늦게 도마 위에 올라 MBC 라디오 ‘2시 만세’에서 퇴출된 김흥국은 그동안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채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오는 등 예기치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던 그의 가슴에 불을 지핀 건 다름아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주민투표 거부운동이었다.”청소년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나쁜 투표, 나쁜 정부‥이게 다 뭡니까? 정말 누가 나쁜 쪽인지 그 분들에게 묻고 싶군요. 아니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장에 가지 말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화가 납니다. 제가 50평생 살면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 봅니다. 성향과 노선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투표장에 가서 주권을 행사해야지요. 거기에서 누구를 찍든, 무엇을 찍든 자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투표장에 가지 말라니‥. 아이들에게 미래를 주고 꿈을 준다는 어른들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김흥국은 “정치인 스스로 추구하는 노선이 다 다르겠지만 이를 시민들에게 강요해선 안된다”며 “국민을 대표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하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네티즌들도 있더군요. 뭐, 얼마나 똑똑한 분들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배우신 분들일수록 항상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법입니다. 저도 뭐가 옳고 그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또 사람이 해야될 말이 있고 해선 안될 말이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지나가던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정치하기 위해 피켓시위를 하는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이 계신 것도 압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가 정치를 하려고 했다면 여기에 스스로 나올 생각도 안했을 겁니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이런 고생을 사서 합니까? 서울 시민으로서 마땅히 행사해야 할 권리들을 포기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정말 안타까운 마음에 이 자리에 선 겁니다.”그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무상 급식 대상으로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는 분들과 대립각을 벌일 마음은 추호도 없다”며 “이런 분들 일수록 자신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 시민의 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번 투표에 응해서 정당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상 급식에 대해 찬반이 뚜렷한 분들일 수록 더욱더 투표를 하셔야죠. 투표가 나쁜 게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는 게 나쁜 겁니다. 모쪼록 많이들 투표하셔서 서울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태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저희 집에는 이번에 투표 안내서가 3부 도착했는데 큰 아들과 아내 모두 투표에 동참할 겁니다.””제가 쉰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쉬는 동안 몇몇 TV·라디오 방송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와 “아직 식지 않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인 그는 “조만간 신곡으로 다시 인사드리겠다”며 자리를 떠났다.